이혜경 - 그냥 걷다가, 문득 [ 느린 걸음이 가져다주는 것들 ]
느린 걸음이 가져다주는 것들
산아귀에 내려서 일단 민박집을 찾아든다. 방바닥에 몸을 부리고 좀 쉬다보면,
어느 순간 밖에서 무언가가 나를 부르는 듯하다.
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쑤신다.
등산화의 끈을 조이고, 허정거리는 걸음으로 느릿느릿 걷기 시작한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사방천지 초록이거나 알록다록한 단풍이거나, 아니면 눈 덮여
눈부신 풍경사이로 헐벗은 나뭇가지들이 죽죽 벋어 있을수도 있다.
그 풍경 속을 그저 느릿느릿 걷는다.
어느 겨를에 머리카락 가닥사이로 바람의 손길이 느껴지고, 돌멩이가 들어찬 듯 무겁던 머리가
거뿟해진다.
내 몸에 들어앉아 마구 들쑤시고 조이고 헤집던 질병도 천지의 고요에 저절로 숨을 죽이는 듯
가라 앉는다.
허정거리던 다리도 제법 힘이 붙은 듯 제 리듬을 찾는다.
걷다가 지치면 길섶이나 벤치에 앉아 보온병에 든 차를 마시고, 다시 걷다가 이제 되었다
싶으면 민박집으로 들어와 설핏한 잠에 들고, 그러다 다시 깨어나면 나가서 걷고.....
그렇게 1박2일 또는 2박 3일 쯤 지내고 나면 몸 안의 탁하고 오래 묵은 기운들이 빠져나가고
산바람처럼 맑은 무엇이 들어찬 듯하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 살아낼 힘을 얻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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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내가 어쩌질 못해 다시 시작한 필사.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이라는 책에 나온 글귀이다.
그래서 내가 제주도를 가고 싶었던 거구나!!!
걷고 싶어서 혹은 살아낼 힘을 얻고 싶어서
지금 상태로면은....아마 일주일 정도 필요할라나
아, 그리고 보니 올레 패스포트 있는데 ㅋㅋㅋ
그거 도장 다 찍어야 하는데................
뭐, 도장 다 안 찍어도 되니까 그냥 걷고 싶다.
마냥 걸으면 또 허무해질거 같으니까 테마가 있는 걸음으로....? (뭔말인지 나도 모름)